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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01:03

이대로 가면 - 알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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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력 0063년.
날자 : 기밀.
시각 : 자정.
장소 : 구 에펙스 본사.
임무 : 구 엑펙스 사옥 점거 및 사장과 임원 체포. 연구원 구속과 에펙스 연구 자산 확보

 

알림 메시지가 떴다. 휴대전화를 켜니 예약한 에펙스 관련 뉴스가 방송되었다. 경제섹션에서.


에펙스는 뼈대있는 생화학 병기 생산 기업이었다. 위법 연구로 선을 넘기 전까지는 그랬다. 연방의 제제에 에펙스의 대응은 놀라웠다. 굴종하는 대신 연방의 처분을 정면으로 거역했다. 이로서 에펙스의 운명은 정해졌다. 연방은 에펙스 자산 동결 명령을 내려 에펙스의 에펙스 주식과 관련주의 거래를 막고 예금계좌 사용을 막았다. 뉴스 앵커는 차분하게 에펙스가 굴복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중앙은행의 발표를 전했다.


짜증이 나서 화면을 꺼버렸다. 다들 그렇게 생각할 테지. 장사꾼이 고객을 거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놀랍게도 에펙스는 바보가 맞다. 사건을 확인하고 직접 수사를 하면서 포춘 전원이 경악했을 정도니 놀랄 일은 맞군. 덕분에 초과근무를 하게 되었다. 근무 내용은 총과 탄약이다. 이렇게 생각하자니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나꿔챘다. 화가 나 고개를 들어보니 상쾌한 미소가 어울리는 호남아의 얼굴이 있었다.

 

"여어. 작전 중에 딴청이라니. 여유가 넘치는 구나."
"죄송합니다. 헤일렌 알버트 과장님! 지금..."


그의 말은 알버트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제지하면서 끊어졌다.

 

"그만. 우린 연방군이 아냐. 그런 딱딱한 예의 차릴 것 없어. 그보다 작전 팀의 상황은 어떻지?"
다른 사람이라면 웃는 얼굴로 직장 내 괴롭힘을 하는 것이지만, 알버트에 한해선 진심이다.

 

"엘리스 과장님은 제압 1팀과 2팀을 이끌고 에펙스 사옥 제압을, 우리쪽 팀은 사토 대리와 케이코 대리가 연구소 돌입을 준비중입니다. 알버트 과장님과 우리는 예비대로 대기. 언제든 출동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알버트는 말없이 어둠 속의 에펙스 사옥을 바라보았다. 불꺼진 에펙스 본사는 마치 웅크린 짐승처럼 보여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별 일 없을 겁니다 알버트 과장님! 모든 지원이 끊긴 에펙스는 포춘에게 대항할 힘이 없습니다. 우린 편안히 대기하면서 초과 근무 수당을 탈 것입니다."
"긍정적인 자세가 좋아. 하지만 작전은 언제든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야. 그래서 항상 우리같은 예비대를 두는 것이지."
직후 에펙스 사옥에 폭발음이 진동했다. 오렌지색 섬광이 창문을 물들여 에펙스 건물이 순간적으로 짐승의 두개골처럼 번뜩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야! 전원 돌입 준비! 야근할 시간이다."

 

에펙스 내부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한편은 중무장한 포춘 정예였으나 반대편은 인간과 그외 모든 짐승의 잡탕이었다. 어떤 녀석은 전갈과 호랑이가 섞였고, 어떤 녀석은 아귀와 지네의 혼합물이었으며, 어떤 녀석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이 거미의 하체로 천장을 따라 달렸다. 즉시 기관총의 폭음이 통로를 메웠다. 살을 에는 듯한 포효 소리가 화답하며 광기의 전투가 벌어졌다.


포춘 제압팀은 신속하게 반응했다. 불행히도 새로운 적들에 대항하기엔 포춘쪽은 화력이 부족했다. 메리 셀리의 악몽에 나올 법한 합성괴물들은 에펙스 무인 터렛의 화력 지원을 받으며 광기어린 돌격을 반복했다.


제압 당하는 것은 이제 에펙스가 아니라 포춘 직원들이었다. 중화기 직원의 미니건이 소나기처럼 탄피와 클립을 뱉어내며 작은 괴수를 일소했으나 에펙스 무인 터렛의 화력지원을 받으며 돌진한 폭탄 벌레 키메라의 자폭에 휩쓸렸다. 소총수 직원은 유탄을 날려 무인 터렛을 침묵시켰으나 이번엔 기세를 몰아 코뿔소 키메라가 돌진했다.


끝장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변이 터졌다. 포춘 직원들의 후방에 달려온 병사의 주먹에 코뿔소 키메라는 오히려 튕겨나갔다. 병사의 경력에 내부부터 부숴진 코뿔소는 눈알이 터져나가고 귀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절명했다. 이 작전에서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하나 뿐이다. 반색하며 소리쳤다.

 

"알버트 과장님!"
"긴장을 늦추지마! 우선 적의 지휘 수단을 뺏는다!"
알버트는 라이플을 쥐고 허공에 탄환을 날렸다. 어째서? 의문을 품는 순간 드론이 스파크를 튀기며 떨어졌다. 불찰이다. 저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너무 다급해 신경쓰질 못했다.

 

"놈들이 생물병기라 해도 명령수단은 있다! 놈들의 통신 수단을 먼저 처리해! 이대로 전진한다!"
"예스, 서!"
"연방군처럼 대할 거 없다니까. 전진!"


사기가 오른 직원들은 다시금 태세를 정비하고 전진했다. 여전히 적의공격은 거쎘다. 그러나 재밍으로 무선을 차단한 탓에 지휘 드론은 무용지물. 유선 드론은 즉시 격추했다. 무인 방어와 키메라의 연계가 끊어지자 남은 건 멍텅구리 터렛과 본능밖에 없는 짐승의 무리일 뿐이다. 알버트와 직원들은 적의 저항을 일소했다. 금방 임원실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정작 알버트는 안좋은 예감을 느꼈다.

 

"너무 쉽군. 감이 안좋은데."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건 알버트 과장님 정도입니다. 소모가 누적되기 전에 서둘러 머리를 쳐야 합니다."


비윤리적 연구를 당당하게 진행한 에펙스다. 이렇게 쉽게 대문을 열어둔다고?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대원들의 말이 맞다. 모두 지쳤고 탄약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망설일 바엔 맞서야 한다.
정찰 직원이 함정을 파악하고 진입 사인을 내리자 즉시 문을 파괴하고 들어섰다. 그거이네 에펙스 사장과 임원이 책상에 앉아 포춘 직원을 맞이했다. 마치 적이 아니라 주주를 맞이 하는 듯한 여유로운 태도였다.

 

"야심한 밤에 수고가 많군. 우리의 신제품 평가에 성실하게 임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는 바일세."
"저 합성수들이 새 사업 아이템이라면, 장사 센스가 절망적으로 없으시군요. 당장 접으시고 새 사업을 알아보셔야겠습니다. 거부권은 없어요."
"장사를 보는 눈이 없군. 직접 경험했을 텐데도 뭐가 사업 아이템인지 께닫지 못했나?"
"지휘 드론이 아이템이라도 마찮가지입니다. 전혀 힘들지 않았죠. 신제품 평가 점수는 0점 입니다. 이제 사업 철수하실 시간입니다."
"과연. 내 사업은 이걸로 끝인가. 그러나 내 최대 업적이 시작도 전에 무너지게 할 수 없지. 나 혼자 죽지 않겠다."
사장은 손에 든 무언가를 눌렀다. 순간 소름끼치는 소음이 건물을 진동했다. 마치 에펙스 사옥 자체가 울부짓는 듯한 무겁고 흉악한 절규같았다. 포춘 직원들은 반사적으로 총을 겨눴고 알버트는 즉시 제지했다.


"순교자가 될 생각이라면 말릴생각은 없지만 혼자서해주시죠." 그리고 포춘 직원에게 지시했다. "전부 연행해! 케이코 대리는 내부 정찰을 해. 뭔가 잘못되었다."
직원들은 신속하게 임원들을 연행했다. 그리고 정찰 보고는 아무 이상없음. 그 말은 문제가 건물에 있다는 것이 아닌 것이군. 사장 녀석 무슨 생각이었던 거지? 그 때 통신이 들어왔다. 핫라인이다. 치토세 씨가 직접?


"그곳으로 타이탄 탁콩이 바다로부터 접근하고 있어! 다들 피난해!"
피가 얼어붙을 듯한 포효가 진동했다. 50m의 거체. 들끓어 오르는 힘. 두말할 여지가 없는 지구 최강의 생명체다. 그것이 알버트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었다. 알버트와 타이탄의 눈이 마주쳤다. 그 눈에서 타이탄의 흉폭함이 느껴졌다. 그 힘, 그 열기가 느껴졌다. 마치 가열 랜스를 겨냥한 것처럼.

 

"모두 대피해! 당장!"
직원들에게 공포가 역병처럼 퍼졌다. 타이탄의 무시무시한 힘에 모두가 짓눌린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졌다. 타이탄이 발사한 화염이 손쉽게 에펙스 건물을 관통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직접 때려 부수고 싶은가 보다. 타이탄이 직접 행차하려 다가오고 있다.


"저 괴물이 왜 우릴 원하는 겁니까?"
"우리가 아냐. 사장 녀석이 터트린 게 문제지."
"그럼 뭘하면 됩니까?"
"달려! 지원군이 유인할 때까지 도망쳐!"

 

그후로 벌어진 일은 악몽이었다. 할 수 있는게 없다. 알버트, 대원, 포로 전부 도망쳤다. 무시무시한 타이탄이 발사한 화염이 손쉽게 에펙스 건물을 부수었다. 그러고도 분이 안풀린 타이탄을 포춘 로봇들이 유인할 때까지 누구도 입을 연 자가 없었다. 에펙스 인원도 포춘 직원도 그 무시무시한 힘에 경외하듯 감히 타이탄을 바라보지 못했다. 마치 인류의 여명기에 변덕스런 자연을 경외하고 숭배하듯이. 알버트만이 마지막까지 타이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쓰러졌다.

 

눈을 떴을때 미묘한 향을 맡았다. 향수와 알콜 냄세. 그 뒤에 숨은 묵은 공기 냄세. 파일럿, 선원의 냄세. 알버트는 일어나 치토세 지부장에 인사했다.
"나는 왜 쓰러졌죠?"
"네가 강했으니까. 그래서 타이탄의 힘의 규모를 이해해버렸어. 그걸 감당하지 못한거지."
알버트는 당돌하게 웃었다.


"다음에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알버트는 타이탄의 눈빛을 기억했다. 열기를 기억했다. 그 힘과 흉폭함을 기억했다. 절대 놓칠 수 없지.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장과 임원은 전원 연행. 작전 참가 인원은 전부 휴가야. 재난을 겪었으니 심리상담을 받을테고."
"타이탄은 왜 에펙스를 노린 겁니까?"
치토세는 에펙스 사장이 가지고 있던 스위치를 내밀었다.


"이건 고주파 발신기야. 에펙스는 이걸로 타이탄의 주의를 끌었어. 타이탄의 완전 조종이 목적일 테지만 아직 멀었지."
"수인 키메라를 움직인 지휘 드론은 이것의 테스트배드일 겁니다. 에펙스 사장 녀석은 장사 센스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네요."
타이탄의 화를 돋굴 뿐인 실패작도 거금을 기꺼이 낼 작자들은 차고 넘친다. 

 

"최종 목표는 타이탄을 마음대로 조종하는것이었지만 그 전에 우리들이 막아낸거였고. 성공할지 어떨진 모르지만 다들 잘 했어"
치토세는 모니터를 켰다.
"하지만... 그때 어떻게든 우리들의 눈을 피해서 도주한 연구원의 숫자가 상당한거 같아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 도와준 정황이 포착됐어."


모니터에 에펙스 연구소의 영상이 비쳐졌다. 누군가 연구원을 인솔해 어디론가 달아나고 있다. 
전문가로군. 에펙스의 직원이 아냐. 브로커의 알선을 받은 자다. 그는 추적해봐야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잃는 시간이 더 많다. 내심 글렀다 싶었다. 치토세가 덧붙이기 전까진.

 

"그리고 추적결과 이들은 T-1 콜로니로 가버린것 같아"


...왜 그렇게 빨리? 아직 사장과 임원의 안전이 확인돼지도 않았는데? 사장이 버리는 패고 연구원과 연구자산이 살리는 패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허를 찔렸지만 그래도 너무 이르다. 
중립국 행은 상투적인 도주방식이지만 시간을 들여 흔적을 지우고 신분을 세탁하고 뜨는게 월등히 바람직하다. 범죄자의 인권은 싸다. 외국인 범죄자 쯤 되면 국가가 보호할 가치를 못느끼기 때문이다.

 

"우주로 도망치다니 정말 멀리도 갔군요. 신분세탁 과정을 생략할 정도면 정말로 다급했거나 아니면 보호받을 자신이 있었다는 거군요."
"정말 멀리 갔지만 그 안에 있다면 다시 도망치긴 어려울테니 절호의 기회야. 조사단에 네가 참가해줬으면 좋겠어."

 

알버트는 미소를 지었다. 
"출장은 좋아하는 근무입니다. 당장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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