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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19:55

이대로 가면 - 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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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시간 : 기밀
장소 : 연방군 전함 카이라
임무 : 연방군 초계 구역 확보

 

"출장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떨어지고 싶습니다. 대체 뭐하는 변태입니까? 틀림없이 고통을 즐기는 피학성애자일 것이고 장기 근무도 긴급 근무도 좋아라 할테죠."


상황이 상황만 아니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키오 본인이 그런 취급을 받고 있고 실제 그런 명령을 내렸기에 반론해봐야 역효과만 날거라 입 다문채 변태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항해중이던 페가수스가 기관 이상을 낸 것도, 그래서 카이라가 구원을 가게 된 것도, 교대할 올리버도 퍼져 중간에 끼인채 기약없는 항해를 하게 된 것도 누구의 잘못이 아닌데.
수병의 악몽인 긴급 출격 명령과 장기 항해 명령을 내린 함장이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일 뿐이데도.

 

이제 상황을 정리하자.

 

긴급 출격은 그냥 긴급 출격이다. 전원을 소집해 2시간안에 출동한다. 함의 기능이 최우선이므로 시간안에 도착 못한 인원은... 그냥 버리고 간다. 당연히 중징계감이며 인사고과에도 반영된다.
예상 못한 출항으로 느닷없이 전함에게 일상을 빼앗긴 병사들의 분노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장기 항해의 경우... 군함 승선 근무는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길어야 1, 2주일로 잡는다. 배가 그 정도 물자를 싣는다는 게 첫째 이유, 그리고 인간이 땅바닥 대신 쇠창살에 갇혀 살아도 불만을 표하지 않을 기간인게 둘째 이유다. 이걸 예정에 없이 감당하게 되면 그게 장기 항해다.
즉 장기 항해라는 것은 인간을 3, 4주 넘게 감옥에 가둔 채로, 밥 다운 밥 못먹이고, 커피나 과자나 담배나 오락같은 행복 유지에 중요한 사치품을 제한한 채, 전투훈련같은 중노동까지 덤으로 시킨다는 뜻이다.

 

이것이 정확하게 키오 스스로가 휘하 병력에게 한 짓이다. 아차, 여기에 단 한 번도 보급요청을 안 한 것도 추가해야지.
시선이 아팠다. 밥먹는 즐거움마저 빼앗긴 병력들의 시선이 아팠다. 딸아이 밥 챙겨주다 느닷없이 한 달이나 배에 올라탄 캐서린 부장의 시선이 아팠다.

 

물론 이건 키오가 바보이거나 가학성애자라서가 아니다. 전자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보급을 받는다는 것은 곧 사령부에 전함이 전투준비가 되었다고 알리는 것이다. 즉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 없어진다. 당장은 고달퍼도 참는게 낫다는 것이 키오의 지론이다.


장기 항해가 얼마나 이어질 지 누구도 모르기에 도박이었지만 결국 이겼다. 사령부가 전함과 그 함장의 소환을 명한 것이다.


그래서 이 상황에 반쯤 망연자실하게 된 것이다.
태평양 함대 제독이 키오에게 통신한 첫 말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잘 왔다. 출장을 좋아한다고 들었지. 사실대로 인 듯하군. 자네에게 내릴 임무가 있네."

 

이제 상황 정리가 끝났다.

 

자신을 출장 좋아하는 변태로 보는 상급자에게 뭐라고 답해야할까?
부장을 보니 안색이 변한 채 고개를 저었다. 기관장도 낯이 파래져 손날을 목에 가져다댔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제독에게 답해야했다.

 

"그렇습니다. 무슨 임무를 맡기실 겁니까."

 

그래. 제독이 날 변태라고 말하니 난 변태다.
키오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제 얼마나 더 나빠지겠어?
함교 요원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 했으나 애써 무시했다.

 

 

 

날자, 시간 : 자정
장소 : 태평양 합동 함대 사령부 제독 집무실

 

키오에게 타이는 강적이다. 몇번이고 악전고투를 벌여도 제자리에 메어지는 법이 없다.
결국 어색한 타이와 모자를 매무새만 고치고 집무실을 두드렸다.
들어가자 초로의 제독이 맞이했다. 레슬러같은 거구의 제독은 키오가 무서워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함장 키오 대령 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번 임무를 설명하기 위해서일세. 앉게나."
키오는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댄 후 의자에 앉았다.


명령을 비공식적으로 따로 알리는 건 보통 둘 중 하나다. 중요 임무라 미리 주의점을 알리기 위해. 아니면 공개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내용을 미리 입막음하기 위해.
후자일까? 제독은 작전 수행자와 우호를 다지는 타입이 아니니까.

 

"10살짜리 꼬마라도 군에 있는 이상 지구연방군이 콜로니 연합군과는 사이가 안좋다는것 정돈 알고 있겠지?"


보통은 정말로 10대인 사람 앞에 말하지 않는다. 아주 얕잡아 보지 않는 이상은.
키오는 현명하게 그 미끼를 물지 않았다. 감정싸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그 상대가 상관이고 적이라면.
적... 때때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타인을 미워한다. 키오가 10대에 함장이 된 건 키오의 의사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걸 말해도 태도를 바꾸지 않겠지. 그렇다면 적이다. 언급을 말아야한다. 그게 키오의 짧은 인생동안 얻은 교훈이다.

 

"정치에 관해선 논평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예. 항상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방군 소속의 부대가 중립구역인 스페이스 콜로니에서 교전을 벌였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제독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곳은 최근 의료가 발달해서 장애인이나 불구가 된 전역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


키오는 머릿속에서 생각을 짚어보았다.
연방은 중립국에 군을 주둔하지 않는다. 설령 그렇게 되는 드문 상황에선 가능한 해당지역과 멀어지려한다. 적을 늘릴 상황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무력충돌이 발생했다면 이득을 보는 건 연방이 아니다.

 

"확실한가요? 연방은 적이 많습니다. 몇 가지 조작만으로도 연방을 위장하는 건 쉽습니다만"
"만약 연방으로 위장한것이라도" 제독은 즉시 키오의 말을 잘랐다. "이 소식이 퍼지고 잘못되면 즉각 콜로니와 지구연방군의 전면전쟁이 시작될 수 있어"
제독은 마치 명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사실여부따윈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인간들이란 보고 싶은것만 보니까. 누구에겐 좋은 구실이겠지"
그 말은 곧 제독이 원하는 것도 사실에 따른 여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결과겠지. 문제는 무슨 결과냐는 것이다.

 

"선전은 마치 홍수 같아서 막지 못하면 금방 휩쓸리죠..."
키오는 상황을 고찰해보며 대답했다. 이런 상황을 빠져나가려면 선동을 미리 차단 하거나, 맞대응 할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제가 할 일은 명확한 근거를 찾는 것이겠군요. 아니면..."
연방의 범죄가 아니라는 근거를 '만들어라' 라든지...?

 

"연방군일 경우 전원 연행해와라 일단"
다시 제독은 키오의 말을 잘랐다. 키오는 내심 놀랐다. 날조를 원한게 아니었다니. 


"왜 그곳을 공격했는지 원인도 파악해라. 물론 비밀은 엄수해야한다"
"정규군 병력이 대규모로 가는건 도발행위나 다름없으니." 그리고 제독은 신중하게 말했다. "연방군 이외의 병력이 조사단에 참여할거다"
이것이 용건이구나. 키오는 직감했다. 연방이 관련된 조사에 연방 외 조직이 조사를 하는건 평범한 일이 아니다.

 

"과연. 최선을 다해 그들과 협조하겠습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묻고 싶습니다만." 키오는 분명 이 조사에 연방이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을 거라 예상했다. "누가 조사를 총괄하게 되나요?"
"일단은 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면 안되겠지. 공동의 조사로 최대한 콜로니군을 도발하지 않는게 중요하니까" 한마디 덧붙였다. "그들이 연방군 소속을 믿을리도 없고."
주도적으로 조사를 하되 중립국의 눈치를 봐라. 어려운 주문이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답해야할까 머뭇거리다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저는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이며, 꼭 필요할 때에만 공권력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래도 꼭 말해야 할 것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만일 일이 잘못될 경우 연방의 이름으로 무력행사를 하게 될 수 있습니까?"
이건 순전히 키오의 자기보신을 위한 것이다. 연방이 연루된 조사에서 연방이 무력행사할 최악의 상황이 터지면 키오가 정치적 제물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구두 약조라도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싶다.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현장 파악에 맡긴다"
제독은 못마땅하지만 허락했다. 


"가능한 콜로니군과의 교전은 피하도록"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키오는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했다. 이만하면 일이 잘못될 경우 토끼를 잡고도 가마솥 직행은 피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제독은 사진을 하나 건네주었다.


"사진? 누구입니까?"
"이전에 연방군 소속의 장교였다. 하지만 갑자기 연방군을 전역하고 콜로니로 갔더군"

 

키오는 사진 속 남자를 보았다. 
'어른이네. 강해보이는 사람... 가능한 피하고 싶은 종류의 사람이야'
강한 사람은 싫다. 그 존재만으로 폭풍을 부르는 자들. 다른 모든 사람들을 휩쓸리게 만드는 자들. 마치 키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같은 사람들. 사진 속의 남자도 같은 분위기가 있다.

 

"이름은 트래버 존. 콜로니군에 입대한건 아니지만. 현재 T-1 콜로니의 경비를 맡고 있다고 한다"
제독의 말은 사진 속 남자를 잘 아는 듯 했다. 어째서? 그렇게나 중요한 사람인가?

 

"그가 우리편이라면 그에게 협조를 구하고 아니라면 그를 조사해와라."
"....."
키오는 어떻게 답하는게 옳을지 헤멨다. 트레버란 자를 제독이 아는 것도 이상한데, 제독은 그가 연방에 문제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뭘 숨기는지 제독에게 추궁할 수 없다. 트레버가 연방에 가져올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다.
확실한 건 하나 뿐이다. 제독은 키오가 트레버를 '적절히 처리'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거라 확신한다. 그럼 이것저것 따질것 없이 그렇게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지시는 여기까지 입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키오는 제독 집무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포켓에서 싸구려 음료수를 몰래 꺼내 먹었다.
이 짧은 대화 속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있었다. 키오가 감당할 만 한 크기가 아니었다.

 

"하... 뭔가 싫다. 분명 큰 일이 터질 것 같아... 왜 나인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울하게 함선으로 향했다.
이제 또 미움받을 일을 해야한다.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전함은 보급 작업에 열올리느라 한창이었다. 전함은 모든 보급품을 95%이상 적재해야한다. 밝은 내일을 위해 장기항해라는 지옥도에 나와서도 야근 중인 병력이다. 정말로 유감이다. 진짜야...

 

[전 병력에 상황 전파. 현 시각부터 긴급 출격 준비.]

 

키오가 명령을 내리자마자 야근하던 병력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중단되었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웅성거리는 듯 했다. 이내 전함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뭘 외치는지 안 듣는게 낫겠지...

 

키오는 전함에 탑승하는 건 잠시 후로 미루기로 했다.

 

'다들 정말 미안해요. 그치만 인생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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