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의 이야기

세션 4 - 시치미야 나나코 : 아는 만큼은

by 크로우™ posted Jan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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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헌터들이 세이프 하우스에서 스터디 합숙을 하는 동안, 시치미야 나나코…… 원래 이 세계에 살던 시치미야 나나코는 하나미와 일레븐, 두 사람과 만났다.

 

설명해 줄 것이 많지만, 따로따로 설명하는 것보단 나을 거다, 라면서 자신의 집으로 두 사람을 초대해서.

 

"정말이지, 내가 널 상대로 심문 같은 걸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일레븐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한 번 다 말해 봐."

 

"아무리 바보 같은 이야기라도 믿어 준다면 말야."

 

기껏 각오를 다진 일레븐에게 나나코가 한 말은 그 각오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얼마나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 아무튼 해 봐."

 

일레븐은 머리를 싸매쥐며 대답했다.

 

그리고 나나코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 동안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었다는 것과, 평행세계의 나나코가 가지고 있던 평행세계의 Dr.이자요이에 대한 기억, 그 세계에 만들어졌었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노비스트, 그리고 1년 전에 있었던 치환에 대해서도.

 

"……하아."

 

"……하아."

 

하나미와 일레븐은 같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야기의 스케일이 너무 컸다. 거기다 평행세계 간섭이라니, 신기술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올 D7의 연구 요원들이 눈에 보이는 이야기가 아닌가.

 

"지어냈다기엔 너무 사실적인 이야기네요……"

 

"믿을 수밖에 없겠지만……"

 

두 사람은 역시 머리가 아팠다. 직접 들은 자신들이라면 몰라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 봐야 헛소리로 치부당할 뿐이겠지.

 

"……그리고, 그 세계의 내가 일레븐을 피했던 이유가 있어."

 

"움?"

 

"죄책감이 있었던 거야, 너한테. 그 세계의 내가 접촉자가…… '특이점'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가, 네 죽음이었거든."

 

나나코는 담담히 설명해 나갔다. 그 세계는 뱀파이어가 불가시성을 손에 넣지 못한── 정확히말하자면 뱀파이어 헌터나 일반인이 뱀파이어를 「보지 않는 척」하지 않는 세계였다. 뱀파이어 헌터를 해 나가는 사람들은 「각성」할 필요가 없었고, 담피르나 크르스니크도 「보지 않는 척」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세계의, 모노비스트에 의해 여러 번 변동하던 중의 한 시간선에서 일레븐은 모노비스트를 볼 수 없었던 것 때문에 나나코의 눈 앞에서 잡아 먹혔다고.

 

"……정말이지, 그런 주제에 신참 헌터들한테 설명이나 시키려고 찾아오는 건 뭐하자는 거냐. 그래서…… 이제 D7로 돌아오는 거냐?"

 

"읏,"

 

일레븐의 푸념 섞인 말에 이어진 한 마디에, 나미는 짧게 신음했다.

 

"선배…… 아니, 나나코 씨, 이제 모노비스트 사냥은 그만두시는 건가요…… 전부 타인의 기억이니까……?"

 

나미는 힘들게 물었다. 그런 나미를 잠시 응시하던 나나코는 대답했다.

 

"모노비스트 사냥도, 뱀파이어 사냥도 그만둘 생각 없어. 그리고 D7로는 안 돌아가. 선배라고 부르는 건…… 이제 실버 불릿이 아니니까 조금 곤란하네."

 

나나코의 말에 나미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어째서?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일레븐은 약간의 경악으로 물었다. 멋대로 나간 녀석을 받아 줄지는 둘째치더라도, 본인에게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은 의외였으니까.

 

"……우리 세계에서는 그 세계처럼 D7이 접촉자로 생체 실험을 하지는 않지만 말야. 하지만…… 난 지금 우리 세계에서는 접촉자가 무슨 수를 써도 손에 넣을 수 없는 이형을 몸에 가지고 있어. 이거면 설명이 됐지?"

 

"뭣……"

 

나나코의 설명에 일레븐은 말문이 막혔다. 그런 상태라면 아무리 이쪽의 D7이라도 진귀한 연구 재료라면서 그녀의 몸을 실험대에 올리려 하겠지. 자신조차도 잠시나마 그럴 충동이 들었을 정도니까.

 

"그 세계에서는 일반적이고, 저성능인 이형이었지만……"

 

나나코는 한 마디를 덧붙이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이 이어졌다.

 

"온 김에 차라도 마시고 갈래?"

 

침묵을 깨려던 말은, 또다른 침묵을 부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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