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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때는 만월, 달의 광기가 더없이 왕성한 시간.
어둠을 거부하는 인간의 불빛 사이, 오로지 쇠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땅 위를 '그것'은 달린다.

 

[■■■■■─!!!!]

 

공기를 찢고 터져 나오는 고통이 맺힌 포효.
그럼에도 달리는 속도가 떨어지지 않은 정체불명.

 

저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불꽃이다.
조용히 일렁이며 타오르는 푸른 불꽃.
불꽃은 스스로 움직이며 긴 자취를 남기고 달빛도 인간의 빛도 닿지 않은 골목길을 훤히 밝힌다.

 

그것은 짐승이다.
땅을 박차는 다리의 수는 네 개. 기다란 주둥이에 날카로운 송곳니.
허나, 그 크기가 평범한 짐승이라 하기에는 범상치 않다.
 
말하자면 일렁이는 푸른 불꽃에 휘감긴 네발 달린 짐승의 형상.
오호, 실로 괴이하고 괴이한 그 모습을 무어라 칭하면 좋을까.
아니, 그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다.

모퉁이를 돈 벽의 건너편에, 뒷골목 깊은 곳에, 당신의 침대 밑에........
현대 문명이 만든 도시의 찬란한 불빛 아래를 서성이는 괴수, 괴물.
그 이름 하야 모노비스트.
 
그래, 휘영청 밝은 만월 아래를 푸른 불꽃의 모노비스트가 달린다.
내리쬐는 달빛이 선사하는 고통을 포효로 해소하며, 있는 힘을 다하여 '도망친다.'

무엇으로부터?

그것은.......

 

[─?!!]

 

좁은 골목길. 달리는 동선에 거추장스럽게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를 자연스래 피해 다리를 내딛자 끼릭 하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모노비스트의 귀에 닿았다.

 

'함...정......?!'

 

생각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지만 사방팔방 골목 안을 가득 채우며 폭발적으로 솟구치는 쇠사슬들.
관성에 의해 앞으로 튕겨져나가려는 모노비스트를 팽팽하게 당겨진 쇠사슬들이 다리를, 몸통을, 목을 옭아매고 조아대며 땅에 처박았다.

 

쇠사슬? 함정? 어느 쪽이든 맞을 것이고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이 정도의 쯤이라면 모노비스트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시간 끌기 밖에 안될 터.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짧은 시간 이다.

 

"동작 그만이다. 빌어먹을 멍멍이."

 

그래, 그 한순간에, 쇠사슬에 다리가 묶인 괴물의 앞에 나타나는 건 괴물을 쫓던 추격자.

 

[Grrrr.................]

 

그들의 이름은 헌터, 괴물을 잡아먹는 괴물들로 이야기 되는 존재들.
한 사내를 선두로 하여 모노비스트를 포위하며 나타나는 두 사람과 한 마리를 보며 모노비스트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어쩔...... 수... 없나.....'

 

물러 날 길이 없음을 안 모노비스트는 쇠사슬을 태우고 끊으며 일어섰다.

 

"하아, 어서 끝내자고. 도대체 겨우 이런 모노비스트 때문에 얼마나 시간을 써야 하는 거야?"
"조금만 참으세요. 뮤츠씨. 어차피 이번 만월에 못 잡으면 다음 만월까진 쉴 수 있잖아요?"
"멍!"
"아아, 몰라. 짜증 나."
"어이. 잡담은 그만하고 준비하라고."
"네에."
"예이예이."

 

창을, 단검을, 대장 격으로 보이는 사내를 시작으로 헌터들은 각기 무기를 꺼내 든다.

 

[Kaoooooooooooooooo!!!!!]
 
그리고 부딪치는 적의.
괴물과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들의 싸움.
밤은 깊어간다.


01. 의뢰


이곳은 <은탄환 심부름센터>라는, 딱 보기에도 조잡해 보이는 간판이 달려있는 나의 일터.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 눈 부신 햇살이, 속이 시원할 정도로 깨진 창문을 넘어서 낡고 허름한 건물 안에 내리 앉는다.
고요히 쏟아지는 햇빛 가운데, 너저분하게 정리가 안 된 물건 사이에, 어여삐 서 있는 소녀는,

 

─내가 신세 지고 있는 이곳의 상사이자, 과거 나의 은인이며 스승인 존재.

 

작은 키에 땅에 끌릴 정도로 길고 검은 머리카락과 몸에 안 맞는 커다란 가운으로 몸을 감싸고
오밀조밀한 하얀 얼굴에 배시시 미소를 그리는 소녀는, 마치 작은 요정과도 같아서 나는 놀라움도 경탄도 잊은 체
그저 반사적으로 따라 웃으며......

 

딱콩!

 

주먹을 날린다.

 

"히데부?!"
"지금이 웃을 때냐! 이, 망할 지부장?! 도대체! 어쩌다? 왜! 유리창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야아아앗!!!"

 

오늘도 보람차게 학교를 끝내고 돌아오니 깨진 유리창과 이리저리 날린 파편들과 저질러 버렸다! 라는 표정의 지점장이 나를 맞이했다.
아아,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저 먼지가 쌓이다 못해 저절로 썬팅이 돼버린 창문을 닦아내고 닦아내서 순수한 투명을 되찾으려고 얼마나
시간을 투자했던가. 하지만 내가 순결을 찾아준 창문은 이제 없다. 정말 속이 시원할 정도로 박살이 나버렸다.
창문을 넘어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시원해. 아하하하하하하!

 

아픈 이마를 쓰다듬던 내 앞의 어린이, 아니, 창문의 원쑤 지부장은 데헷 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에.....그러니까, 어쩌다 보니?"
"차아!"
"아베시!"

 

이 타 적중.

뭐, 까놓고 말해 유리창이 깨진 건 그다지 억.... 억울하지, 않다. 지나간 일에 미련 가져봐야 약에 쓰지도 못한다. 젠장.
어쨌든 기왕 유리창이 깨진 거, 아예 깨끗한 새걸로 갈아 끼면 될 일이지만 문제는 돈이지. 작은 창문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일단 사이즈부터가 좀 많이 큰 편이라서 얼마나 깨질까 걱정이다.
긴 한숨을 쉬며 고통에 뒹구는 지부장 앞에 쭈그려 앉아 반성 안 하는 지부장의 머리를 툭툭 친다.

 

 "그러니까,"
"아코!"
 "돈입니다."
"아코!!"
 "돈."
"아코!!!"
"안 그래도 저번 달에 적자가 나서 선배들도 다른 곳으로 일하러 팔려갔는데 여기서 더 낭비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아코! 이, 일단 때리지 마아!"
"게다가 말입니다. 깨진 유리에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요? 예?"
"걱정 해주는 거야?"
"예. 다쳤을 때 나올 병원비를요."
"너무해!"

 

이마를 가리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올려다보는 지부장을 보고서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 지부장을 일으켜 세워 먼지를 털어줬다.

 

"쯧, 어쨌든 어디 다친 것 같진 않아서 다행이네요."
"우우, 아파아....일단 내가 상관에 연상인데 이럴 수 있어!?"
"예에, 죄~송~합~니~다~아~"
"으으으, 사과에 성의가 없어."

"어라어라, 이게 무슨 난장판 이냐옹?"

 

투탁투탁, 볼이 뽈록하니 부푼 지점장의 빨간 이마를 쓰다듬어 주고 있노라면 고양이가 말을 하며 창문을 넘어들어왔다.
아, 참고로 이름이 고양이가 아니다. 말 그대로 '고양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검정고양이다. 중요해서 두 번 말했다.
이름은 리아. 내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 지부장과 함께한 말하는 고양이로......... 그 외에는 모르겠다.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고.

 

"여어, 리아. 어딜 갔다 오는 거야?"
"산책....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거기 지부장 씨 심부름을 하고 오는 길이라옹."
"심부름?"
"어, 리, 리아 잠깐!"
"그렇다옹. 이번에 나오는 매지컬 라라 피규어를 한 몰래 주문하고 오라고 했다옹.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는 거였지옹?"

 

발을 햛으며 이제야 기억났다는 제스처도 없이 말하는 리아의 말에 순간 멍해진다.
매지컬 라라 말인가......그래, 분명 저번에 산다고, 사달라고 몇 날을 징징거렸던 싯가 xx 만원의 한정판 피규어 말이지.....하핫.

 

"지부자아아아아앙!!"
"타와바!"

 

 

한 차례의 체벌 뒤. 일단 안팎으로 깨져 흩날린 유리들을 정리하고 창문은 골판지 상자를 뜯어다가 대충 막았다.
피규어는 곧바로 취소 한 건 물론이고.

그런데 유리창 값에 기타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등에 벌써 본부에서 내려온 이번 달 지원금이 절반이나 날아가서

다음 달까지 어떻게 버텨야 하려나 막막하다.

아직 6월 초라고 빌어먹을.

 

"그런고로, 다음 달까진 김이랑 김치밖에 반찬이 없습니다."
"에엑?!"
"불만 있으면 돈을 벌어오란 말입니다."
"우우우..."

 

단호한 내 말에 빨개진 엉덩이 위(엄한 상상 마라. 단순한 엉덩이 맴매였을 뿐이다.)에 얼음 주머니를 올려두고 엎드려 있던
울상을 짓지만, 어이 하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돈이 없는데.

 

일단, 본부가 무엇이고 지원금이 무엇인가 싶을 것이니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본부. 실버 불릿을 칭하는 말로서, 간단히 말해 모노비스트를 때려잡아 세계평온을 이룩하는 헌터들이 잔뜩 모여있는 집단으로,
그 크기와 영향력은 세계의 모든 헌터와 헌터 단체에 뻗어져 있으며, 그로 인해 공권력을 가지고 뒷세계의 경찰 같은 노릇도 하는 집단이다.

개인이 됐던 조직이 됐건 이곳에 소속될 경우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은데, 대표적으로는 모노비스트의 정보 공유, 무기─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구하기 힘든 총화기류의 제공, 헌팅 시에 '앞'의 세계에 대한 정보 조작 등의 서포트를 받을 수 있으며, 특히나 중요한 것은 영원불멸 가난할
헌터들에게 지원금을 내려 준다는 거다.

하지만 그 지원금은 성과제라 어떤 모노비스트를 잡았느냐, 모노비스트를 얼마나 잡았느냐에 따라 매달 오는 지원금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거고.

그리고 우리 지점은 벌써 몇 개월째 모노비스트는 구경을 못 해본 만년 꼴찌 지점이고! 과거의 원조 헌터들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가난하고!
그럼에도 일 할 생각을 안 하고 쫄쫄 굶어가는 지점 사람들을 보다못해 내가 인간들의 엉덩이를 차서 심부름센터 비스므리하게 시작한 거다.

 

"그런데 심부름센터 일을 하는 사람은 너 뿐이지 않나옹?"
"샤랍."

 

나도 안다고.
앞으로의 생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식생활에 위기를 느낀 지부장이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화가 왔었어. 의뢰를 맡기고 싶다 하더라고."
"정말입니까?!"

 

이야, 솔직히, 정말 솔직히 말해서 내가 써서 배포한 광고지지만 그런 걸 보고 전화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복사기 쓸 돈도 아깝고 용지 살 돈도 아까워서 이면지 뒷면에 매직으로 [무엇이든 합니다. 은 탄환 심부름센터! xxx-xxxx]
라고 쓴 게 다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화를 한 걸까?!

 

"밑져야 본전이지 싶었겠지옹."
"하기사. 그래서 언제 온답니까?"
"에에.........지금?"

 

WTF?

 

텅─
         텅─
  텅─

 

그리고 그 순간 너무나도 타이밍 좋게 들려오는 낡고 녹슨 철제 계단을 오르는 소리.

 

"벌써 왔나 보네."
"오 이런. 이 개판을 보고 과연 의뢰할 마음이 들까나?"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도대체 내가 없을 동안 무슨 장난을 치고 논건지 내가 뭣 빠지게 정리해 뒀던 사무실은 [작품:난장판]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개판이다.
온통 뒤집어지고, 널브러지고, 굴러다니는 현장에 더해서 저 깨진 창문을 막아두기 위해 붙인 골판지 상자는 안 그래도 낡은 건물에

궁상스러움을 더해 준다.
전체적인 인상을 한마디로 말해서 마치 폐가에 불법으로 들어와 사는 느낌을 준달까 나.

 

"응, 특히 마지막 때문에 이제 와서 치운다 해도 별 소용 없을 것 같은 데에~"
"일단 이런 난장판을 만들어둔 지부장님은 입을 다물어 주시죠. 여자애가 엉덩이 까놓고 있지 말고!"
"난 귀찮으니 대충 숨어 있겠다옹."

 

예에~ 늘어지게 대답을 하며 주섬주섬 옷을 추스르는 지점장과 어딘가 구석으로 들어가는 리아를 뒤로하고 침착하게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다.
치울 시간은 없다. 그렇다면 원래 그랬다는 듯 쿨하게 맞이하면 되겠지!

 

계단 오르는 소리가 멎고 한참을 기다려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허름한 외관을 보고 망설이는 게 아닐까 한다. 특히 간판도 내가 합판이랑 페인트 가져다가 대충대충 쓴 게 다이고.
이윽고 똑똑하고 주저하는 듯한 문 두드리는 소리에 가볍게 응답하면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저.....여기.."잘 오셨습니다! 은탄환 심부름센터입니다!"...엣?"

 

선수필승! 말을 끊고 있는 힘껏 떠벌여서 주변 환경에 신경을 못 쓰게 하는 거다!

 

"저희 은탄환 심부름센터는 때 먹힌 돈 찾기, 불륜 조사, 사람 찾기부터 작게는 집 청소, 말동무, 쇼핑 등등 무엇이든 합...니다만...."
"이...한?"
"어라? 너는....."

 

말을 하다 말고 열린 문 앞에 살짝 놀란 기색으로 서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염색한 티가 안 나는 자연스러운 금발에 살짝 웨이브 진 머리카락. 고양이 같은, 날카로운 눈매에 도도한 표정.
개조하여 줄인 교복은 그녀의 모델같이 늘씬한 몸매를 부각시켜준다.
비유하자면, 어딘가의 여왕님 같은 느낌의 미녀라고 할까.

어, 그러니까 이름이 서세라....였지?

 

놀람도 잠시 나를 보더니 인상을 확 찌푸리는 세라.
그에 움찔하며 몸을 움츠렸다.
뭐, 왜? 내가 뭐?
 
"너, 여기 왜 있는 거야?"
"아, 여기서 알바? 그래, 아르바이트하거든....."

 

직원이라 하면 뭔가 이상해 질 것 같기에 대충 둘러댔다.

아, 저런 미녀와 나의 관계라고 한다면 단순하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이라는 단순한 클래스 메이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이로,
그러고보면 솔직히 내가 저쪽을 아는 건 저쪽이 이래저래 눈에 띄니 그렇다 치고 저쪽이 내 쪽을 알고 있다는 게 좀 놀랍기는 하다.

 

내 대답이 그리 중요하진 않았는지 세라는 그래. 라고 짧게 읊조리며 늘씬한 다리를 놀려 실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확 구겨지는 인상에 다시 움찔하는 나의 몸.

 

"......여기, 심부름센터 맞아?"
"이, 일단은?"
"어디 폐가에 불법으로 들어와서 눌러붙은 것 같은 인상인데?"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구나.

 

"게다가 저 아이는......"

 

그러고 보니 이놈의 지점장은 왜 이리 조용하대?.......자냐, 자냐!
이 개판을 만들어두고 잠이 와 지금?!

 

어쩐지 누그러진 세라의 시선이 닿는 곳엔 지점장이 아까까지 엎드려 있던 소파에 축 늘어져서 자고 있다.
정말 자기 좋을 대로 뛰어놀고, 자기 좋을 대로 잠들고. 완전 애다 애.
훗날의 체벌을 기약하며 의뢰...인? 의뢰인 맞지? 어쨌든 의뢰인인 세라의 접대를 계속 한다.

 

"그,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그 전에 여긴 손님에게 차 같은 거라도 안 내오는 거야?"
"아, 잠시만!"

 

비어있는 소파에 털썩 앉는 세라를 보며 잽싸게 부엌으로 가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세라의 앞에 내려놓았다.

 

"미안. 이런 것밖에는 없어서."
"상관없어."

 

흥, 하고 새초롬한 표정으로 컵을 우아하게 들어 입에 가져가는 세라를 보며 나도 겸사겸사 타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어라, 뭔가 써─ 라는 표정을 한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물어보지만 여기 심부름센터 맞아? 다른 직원들은 없어?"
"으응. 다들 다른 의뢰를 받고 이미 나가서......"

 

반은 뻥이다. 의뢰, 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실버 불릿 지점의 파견 요청이 있어서 내가 엉덩이를 차서 보냈다.
그 양반들이 워낙에 게을러야지!!

 

"그런데 혹시 오늘 오기로 한 의뢰인이......?"
"........"

 

질문에 응답하여 째릿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달려들었다.
내가 뭘 잘못 했다고?!??

 

"흥, 그래 맞아. 그런데 지금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너 혼자인 것 같은데......괜찮아?"
"핫,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의뢰 성공률 100%를 자부하니까."

 

내가 이곳에 들어오고, 가난에 찌든 생활을 참다못해 시작한 심부름센터의 일도 벌써 3년.
의뢰가 드물기는 했지만 앞서 말한 의뢰의 예시를 의뢰인이 만족할 수 있게 해결한 것이 나다.
다른 사람들은 일을 안 했냐고? 그 양반들이 워낙에 게을러야지!!(2)
그러니까 그런 의심에 찬 시선은 그만둬.

 

"뭐, 좋아. 어쨌든 내가 의뢰할 일이 있는데......"

 

부탁할 의뢰가 뭔가 부끄러운 일이라도 되는 것일까?
세라는 딱딱하고 냉막한 태도는 어딘가로 날려버리고 우물쭈물 얼굴을 붉혔다.

 

"강아지 한 마리를......찾아 줬으면 해서......."
"강아지?"

 

그리고 머뭇머뭇 꺼낸 이야기는 이렇다.

약 두어 달 전, 비 오는 날. 상처 입고 비에 축 젖어 버려진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주운 그녀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강아지의 모습에 급하게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기적적으로 살릴 수 있었고, 그렇게 살아난 강아지를
자신이 키우고 싶었지만, 자신의 집은 애완동물이 금지라 어쩔 수 없이 키워줄 사람을 찾아봤었단다. 하지만 그 넓은 인맥을 통해서도 나타나지
않은 사람에 결국 자신이 바깥에다가 두고 몰래몰래 키우게 됐다던데......  

 

"그리고 보름 전쯤부터 사라져서 보이지가 않아......."

 

헤에.....
시무룩 이라는 의태어가 절로 어울리는, 허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은 그 모습에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봤다.

 

"왜, 왜?! 뭐, 뭐가 문제라도 있어?"
"아니, 딱히 없지만....."

 

의외라는 거지.
아까 지점장을 보던 누그러진 눈빛도 그렇고, 이 이야기도 그렇고,
어째 이미지랑 달리 정이 많고 뭘 보살피기 좋아하는 성격인가?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라는 눈빛 공격을 받고 시선을 돌렸다.

 

"아, 그래. 그럼 의뢰하는 것은 강아지 찾기?"
"하, 여태까지 뭘 들은 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어?"
"미안미안, 이런 건 확실히 해둬야 해서."

 

어디 있더라. 라며 종이와 책으로 난장판인 책상 위를 뒤져 찾아온 것은 한 장의 깨끗한 계약서.
땅에 굴러다니는 펜을 주워 세라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런 거 꼭 써야 해?"

 

히, 히히히히.......

 

"........구두 계약이 얼마나 쓰레기 같음을 설명해 주면 될까?"
"힉!"

 

......? 왜냐, 내 눈빛이 그렇게 이상했어? 왜 네가 겁 먹는 거야?
몇 마디 더 불평불만을 토해내려던 세라는 나를 보고 움츠러들더니 흥─ 하는 하찮다는 태도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어섰다.

 

"흥, 그럼 잘 부탁해. 아, 찾으면 연락하고. 그리고 겨, 겨우 이런 식으로 알 게 됐다고 학교에선 말 걸지 말고!"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고객님."

 

이야 이게 얼마만의 계약이란 말인가! 의뢰금이 적은 편이지만 이정도면 하루에 참치 한 캔 정돈 더 먹을 수 있어!
희희낙락한 나를 무언가 불만에 찬 눈으로 인상을 찌푸리던 세라는 가방을 들고 나가려다 말고 아─ 하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나를 휙 돌아봤다.

 

"아, 맞아. 혹시나 이 이야기를 학교에 퍼트리면 각오 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아니아니, 애초에 계약은 비밀보장이 기본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찌릿! 하고 노려보고 떠나는 여왕님.
무셔라.....

 

"흐응, 보름 전이라....."

 

텅─ 텅─ 하고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소중한 계약서를 한쪽에다가 잘 정리하고 있더라면
자고 있었던 게 분명했던 지부장이 슬그머니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뭡니까. 자는 척 했던 겁니까?"
"으응, 조금 귀찮아져서 말이야."

 

리아의 귀차니즘이 나한테도 옮았나? 라면서 누워있던 자리에 뒹굴뒹굴 거리는 지부장.
옮긴 게 아니라 댁이 리아+@들에게 옮긴 거 겠지.
그 모습을 보고서 한 대 때려줄까 하다가 관뒀다.

 

"한. 조심해."
"예?"
"그냥....... 조심하라고. 오늘은 보름달이잖아? 언제 어디에서 모노비스트가 튀어나올지 몰라."

 

아, 벌써 보름달이 되었던가?
어딘가 진지한 얼굴의 지부장을 새삼스레 보며 이 양반이 지부장이긴 하구나~ 하는 건 둘째치고,

 

"얍!"
"아코!"
"응, 그래. 지부장은 그런 게 어울리니 쓸데없이 진지해지지 말라고요."
"우우, 헌터면서 달의 변화에는 좀 민감해지라고~"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우리 지부가 괜히 성적 제로의 지부이겠는가.
요 몇 개월 모노비스트는 코빼기도 안 보이니 그리 걱정안 해도 되겠지!

 

자아, 어찌됐건 오늘을 아직 끝내기에는 이른 시간이니 곧바로 의뢰를 수행해 볼까.
게다가 밤이야 말로 헌터들의 시간이라고!

 

"그럼, 수고해에~"
"수고해라옹~"
"예이, 예이."

 

지부장과 리아의 배웅을 받으며 건물을 나선다.
......다녀와서 정리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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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케인나츠 입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헌문 세계관으로 글을 쓰게 됐는데요

정말 글이 개판이내요 하하하!!!

.....창피한 글이라 죄송합니다.

 

검수를 해주신 초보자 님과 구두랑님께는 감사와 제대로 수정 안 한것에 대한 사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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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헌홀 복구 ㅊㅋㅊㅋ title: (GC) N-맨KoS크로우 2014.08.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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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2차 번개 90% 확정 맴버 title: [러브라이브] 마키EX노도치 2014.08.05 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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