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실버 불릿 한국 지부 어딘가. -2-

by 케인나츠 posted Jul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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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진짜 징그럽게 바쁘다 보니 겨우겨우 올리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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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검은개


자, 이번의 의뢰는 잃어버린 개 찾기다.
이 지극히 평범하고도 흔한 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이 일의 문제점을 집고 가자면
첫째로 한 해에도 몇만 마리의 개들이 버려지거나 혹은 잃어버리는 이 나라에서 특정한 한 개를 찾는다는 것이요,
둘째로 찾는 개가 의뢰인이 정식으로 기르던 개가 아닌, 들개 비스므리 한 것이라는 거다.

뭐, 어차피 이 동네에서 없어진 개라 범위는 특정되니 상관없지만 두 번째가 아주 심각하지.

"다리 밑에 두고 매일 먹이를 주러 왔다. 라......"

의뢰에 대해 간략히 적은 수첩을 품에 넣으며 언제부터인가 입에 붙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아~ 이걸 어떻게 찾는다. 비슷한 의뢰였던 사람 찾기는 차라리 쉬웠지.......
애당초 찾는 개의 특징이라고 말한다는 게 검은 털의 무지무지 귀여운 강아지였다 라니.
망할! 그거 가지고 찾을 수 있겠냐!
다른 특징을 말해 보라고 했어도 '응.....무지무지무지이~ 귀여웠어!' 라는 대답밖에 없었다고!

이건 산에서 우연히 본 검은 털의 다람쥐가 귀여웠는데 찾아 달라는 격이 아니겠는가.

"이러던, 저러던, 어쨌건, 개가 죽었다면 그 사체라도 찾아내는 게 내 일이지만......"

일단, 개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예상할 수 있는 건 보건소 같은 곳에 잡혀 들어갔다거나, 다른 누군가가 주워 갔다거나.
그도 아니면 다른 동물 혹은, 사람의 손에 죽고 사체를 쓰레기장에 버리거나 파묻었다 거나. 정도 일 텐데.....
 
"마지막만 제발 피해 주길!"

그건 정말 답이 없다고 젠장.

간절한 마음으로 빌며 의뢰인, 세라가 개를 키웠다는 다리 아래를 향한다.
우선 기본 원칙은 개를 키웠던 곳을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빙빙 돌며 계속 찾아보는 것.
시간이 늦었으니 유기견 보호센터나 보건소는 내일 알아보든가 해야지.
전단지는....... 세라는 자신이 강아지를 키우는 걸 비밀로 하고 싶어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치고, 
그 전에 내가 잃어버렸다고 하고 전단지를 배포하려 해도 중요한 사진이 없으니 포기하자.
그으..... 쓰레기장을 뒤지거나 땅을 파헤쳐보는 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겠고 말이지.

"....어라?"

마침내 해가 떨어지고 도시의 가로등이 하나둘 타오를 무렵, 설렁설렁 주위를 살피며 걸어 도착한 그곳에 있는 것은 어디선가 많이 본 금발 씨의 뒷모습.
그래, 툭 까놓고 말해서 불과 몇십 분 전에 본 서세라 다.
어째서 그녀가 이곳에 있는 거지? 집으로 간 것이, 아니 친구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었나? 의뢰를 하고서 바로 이쪽으로 온 건가?

놀람과 의문이 피어올랐지만, 평소의 날카로운 표정은 어디론가 버려두고 수심에 찬 나약한 얼굴로, 아무것도 없는 다리 아래에 홀로 서 있는
세라의 그 가련한 모습에 생각을 잃고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아름..답다..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평소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계급 차 속에서, 그 누구보다 높게 올라서 있으며 언제나 도도하고 홀로 고고한 여왕님.
그녀의 태양 같은 빛에 이끌려 모여드는 소녀들의 모습을 본다면 여왕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그런 세라가,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 빛은 가려지지 않는다.
태양이 아닌 달빛 처럼, 희미하지만 부드러운 빛으로 처연하게 있는 그 모습은 태양의 여왕님이 아닌 달의 공주님.....

이라고 표현하니 정말 오글거리는 구만!!! 내가 표현한 거지만 손 발이 오그라든다! 망할, 시공간마저?!

나도 모르게 우수수 올라온 닭살을 맹렬히 긁어댔다. 그제야 나를 눈치챈 듯 휙 하고 나를 본 세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아니, 그건 내가 묻고 싶다만.....너야 말로 여긴 무슨 일?"
"흥, 네가 알 게 뭐야!"

.......아, 예. 뭐.
응, 그래. 맞아. 이래야 세라 지. 학교에서 봤었던 그녀가 맞네.
지부에서 본 모습이랑 방금 본 모습은 무언가의 환상 비슷한 거 였을거야. 아니면 기관의 정신공격이던가.
어쨌든 좋아. 까놓고 말해 세라가 여기에 있는지 없는지 그다지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긴 하지. 할 일이나 하자.

"무어, 네가 꼭 알고 싶다면 알려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주변을 둘러본다.
도시의 외곽에 세워져 있는 다리라는 조건에 퇴근 시간이라는 요소가 합쳐지니 차들이 요란하게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뚝 선 교각의 주변은 자갈과 잡초, 그 외에는 세라가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자로 만든 개 집이 하나 우두커니 서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래, 아무것도. 동물을 키웠다는 흔적이라곤 어설픈 개 집과 개 밥그릇뿐이고 지나치게 깨끗하게 '아무것도.'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여기서 그 개를 키웠다고 했던가?"
"하아....? 그래 맞아.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아무것도."
"뭐야, 도대체......아니, 내 말 듣고 있냐고?!"

무어라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오는 듯하지만 뭐 중요하진 않겠지.
그보다 개가 사라진 지 보름 정도 지났다고 했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애초에 무언가가 살았었다는 흔적 자체가 없을 리 있나. 요 보름간의 날씨는 쾌청 그 자체라 흔적이 쉽게 지워질 리도 없다.
하다못해 아무 데나 싸질렀을 법한 개똥 같은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핏자국이나 뭘 파묻은 것 같은 흔적도 없으니 살아 있을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이 나오네.

"으으으, 야! 저기 정말 찾을 수는 있는 거야?"
"몰라. 최소한 사체라도 찾아 줄 거니 걱정 말라고."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빽!하고 소리치는 세라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탐색을 계속한다........고, 해도 어째 여기서는 더이상 찾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데.
쉽게 찾을 것 이라곤 기대도 안 했지만 정말 험난할 것 같은 의뢰다.
옆 동네로 이어지는 이 다리를 건넜을 것으로 생각은 안 하지만, 정 찾아도 안 보이면 한 번 넘어가 봐야겠고........
이 강 상,하류도 뒤져 봐야 하는 건가? 뭐, 일단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게 좋겠지.

한참을 둘러보다 허리를 펴고 일어서 왜인지 아까부터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던 세라를 봤다.
딱히 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의뢰인이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어필은 필요하겠지!

"뭐, 어쨌든 일단 나는 여길 중심으로 가볍게 한 번 돌아다녀 볼 생각이긴 한데.......어두워 졌는데 집에 안가?"
"으......! 말 안 해도 갈 거라고!"

.....? 왜 화를 내는 걸까?
정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라는 붉어진 얼굴로 캬악! 소리 지르고 씩씩거리며 제방에 난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날이라도 되나?"

그렇다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괜히 건드렸다간 오히려 위험하다. 
홀로 이해하고 세라의 뒤를 따라 자리를 벗어나려는 그때, 끈적한 살기가 나를 덮쳤다.

-한. 조심해.

"?!?!!!!"

반사적으로 품 안에 넣어둔 단검에 손을 가져다 댄 체 물러서 재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이 기척. 이 살기. 그리고 오늘은......

-그냥....... 조심하라고. 오늘은 보름달이잖아?

"보름달....."

올려다본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조용히 떠 있다. 그렇다면 이건 모노비스트의 출현, 괴물의 밤.
숨을 죽이고 단검의 손잡이를 꽉 쥔 체 감각을 날카롭게 세운다.

어디냐, 어디에 있는 거냐?

주변을 살펴본다. 강을 바라본다. 하지만 없다. 그래서 없길 바라는 장소를 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세라가 올라가고 있는 제방의 위, 그곳에 우뚝 서 있는 불길한 검은 생명체를.

-언제 어디에서 모노비스트가 튀어나올지 몰라.

"오, 이런 망할?!"

크기는 대략 2~3m에 검은 털의 개의 모습. 어떤 이형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겉보기로는 커다란 개, 이외의 모습은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저기에서 나타날 게 뭐인가?!
그것도 몇 개월 동안 안 나오던 모노비스트가 이제 와서 나타날 게 뭐인가!
침착하자. 혼자서 사냥하는 것도 크게 문제가 있지만, 여기엔 일반인이 있다.
우선 세라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에.....? 저게 뭐야?"
"크...?!"

뒤늦게서야 계단의 끝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듯한 세라가 얼빠진 목소리로 의문을 표했다.

모노비스트를, 봤다고?

원래 모노비스트는 그 육질을 취한 헌터나 헌터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 즉, 헌터의 능력이 유전된 사람 외의 일반인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모노비스트가 죽으면 일반인의 눈에 보이기는 한다지만.......
일단, 시간이 없다. 경악은 나중에. 우선 달린다!

"세라! 멈춰!!"
"어?"
[Kaaaooooooooo!!!]

외침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포효 속을 향해 땅을 박찬다.
나와 동시에 뛰어오르는 모노비스트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세라를 향해 그 흉엄한 어금니를 드러냈다.

늦지, 마라!

"꺄아아아!!!"

질주하던 그대로 계단 앞에서 있는 힘껏 점프하여 떨어져 내리는 모노비스트와 세라를 가운데 두고 마주하고,

"꺼졋!"
[?!]

그대로 냅다 후려 깐다.
세라에게 온 신경을 쏟아 부은 탓인지 방어도 못 하고 발에 차여 날아가는 모노비스트를 보며 자세를 잡고 착지했다.

"그, 이건, 뭐......."
"저게 뭐냐는 지 그런 건 나중에 설명할 거니까, 일단 도망가!"

난데없이 일어난 일에 혼란스러워하는 세라를 몸으로 가리며 모노비스트가 날려간 쪽을 주시했다.
내가 세라를 데리고 도망가는 쪽이 좋겠지만, 그 와중에 저 모노비스트가 무슨 일을 일으킬지가 문제다.
쫓아 온다면 심각. 우릴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면, 그건 그것대로 큰일.
여기서 맞붙자니 세라를 보호하며 싸워야 하는 데다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무기도 단검밖에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세라가 혼자 도망가고 내가 발을 묶어 시간을 끄는 것.
 
그렇다면 싸우겠다. 저기 저 검은개가 비척거리며 일어선다. 가 보실까......억?

"아까부터 사람 무시 좀 하지 말고! 이게 무슨 일이냐고!!!"

난데없이 잡아 당겨지는 바람에 순간 균형을 잃었다가 바로 선다.
당황하며 돌아보면 분노에 찬 세라의 얼굴이 키스라도 할 듯 가까이 들이밀어 져 있었다.
으앗!

"지금, 그럴 시간이......"
"뭐야, 뭐야, 뭐야 도대체! 저 검은 안개 같은 것도 그렇고! 이상하게 날아다니는 너도 그렇고! 이게 무슨일이냐고오!!!"

검은 안개? 완전하게 보이는 건 아닌 건가?
세라는 비이상적인 상황에 혼란이 극에 달했는지, 굉장한 불안증세를 보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해할 수 없어. 이해할 수 없다고......"
"진정해, 일단 진정하고......이런!"
"꺅!"

쾅!

세라를 안고 급히 계단 아래로 몸을 날리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후려치는 무언가.
아슬아슬하게 넘어지지 않고 착지하면 꾸물꾸물한 검은 촉수가 검은개의 몸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염병, 취향 한 번 참.......야, 괜찮아?"
"으으........"

젠장, 정신을 반쯤 놨나.
혀를 차며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세라를 한 손으로 고쳐 든다. 어째 일이 더럽게 꼬이기만 한다.
도망도 무리고 잡는 것도 무리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Kaaaaaaaaaaaaaa!!]
"잠깐, 생각할 시간 좀 줘 임마!"

내 말을 비웃듯 검은개의 온몸에서 순간적으로 뻗어나 와 덮쳐오는 촉수 다발.

비처럼 쏟아지는 촉수들을 침착하게 보며─

머리를 숙이고─ 촉수 하나.
  뒤로 점프─ 촉수 둘.
    단검으로 가드 한 뒤─ 촉수 셋    
      옆으로 몸을 던져─ 촉수 넷.
         무릎을 굽힌다─ 촉수 다섯.  
           그리고........

"크악!"
"꺄아악!"

촉수와 함께 달려들어 격돌하는 검은개. 몸에 박히는 충격에 그대로 공중을 날았다.
땅을 구르고, 돌에 긁히며, 어설프게 만들어져 있던 개집을 짓뭉개고 교각에 등부터 충돌.

"흐으......"

등골부터 고통이 올라온다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
튼튼한 헌터의 육체라 약간의 타박상만 있을 뿐, 이 정도로는 크게 다치지 않는다.
일어서라. 지금은 널브러져 있을 틈이 없다.

"아, 젠장....."

결국은 여기서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는 건가. 하다못해 내 검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없는 걸 찾아서 어찌겠는가.
충돌 직전, 몸을 틀어 내 몸으로 받아낸 덕에 크게 다친 데는 없지만 결국 기절해 버린 세라를 벽에 기대어 앉히고 일어섰다.
선택지는 내가 저것을 잡아 죽이던가, 세라를 보호하며 해 뜰 때까지 버티던가. 어느 쪽이건 최대한 신경을 내 쪽으로 쏠리게 하여 싸워야 한다.
이야, 이게 진짜 무슨 무리 겜이냐.

"해보자고. 망할!"

신경질적으로 땅을 찬다. 단검을 찌르기 좋게 쥐고 뱀 마냥 땅을 기듯 나아간다.
갑작스럽게 쏘아져 나오는 나에게 반응하여 개는 제 차 휘둘러지는 촉수 다발들.
공기를 찢는 파공성을 향해서 진격.

"느려─"

행여나 세라에게 가는 촉수가 없는지 곁눈질로 살펴보며 가벼워진 몸으로 내려치고, 후려치고, 찔러오는 촉수들을 피하고 피한다.
아까와는 다른 움직임. 까놓고 말해 아무리 힘이 좋다 하더라도 한 명분의 인간을 짊어지고 몸을 움직이는 게 쉬울까 보냐.
다섯 갈래의 촉수를 피하면, 다시 한 번 몸통 박치기를 하려는 듯 움츠리고, 쏘아지는 검은개. 줄어드는 거리.
 
멍청하긴.

단검은 누구나 알다시피 매우 짧다. 그래서 휘둘러 공격할 수 있는 범위도 극단적으로 작다.
그렇기에 주무장으로도 쓰이지 않고, 정해진 파이팅 스타일도 없으며, 체술에 보조하여 써먹는 그런 무기가 단검이다.
하지만 그래도, 단검 역시 충분히 살생이 가능한 무기.
공격 범위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오히려 다른 무기들보다 더없이 확실하고, 날카롭게 상대를 찌를 수 있는 무장.
알아서 가까이 와 준다고? 그것도 일직선으로?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역시나.

"쯧, 얇아....."
[ka, kaaaaaa?!!]

검은 개의 목덜미에 난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혀를 찼다.
손맛은 있었다. 개에게 확실하게 상처도 입혔다. 하지만 모노비스트 답게 한 갑빠 하는지라 치명적인 상처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래도 목을 찔렀는데 피 좀 흘리고 말다니. 터프하구만.
감탄할 틈은 없다. 상처에 당황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 스쳐 지나간 몸을 돌려 제차 접근하여 몸뚱이에 단검을 박는다.

"젠장할."

하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에 이를 갈았다. 가죽이 생각보다 두껍다.
지금 가지고 있는 단검으로는 무리. 암담함이 뇌리를 스치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다면 노려야 할 곳은 몸 아래, 조금 전처럼 가죽이 상대적으로 얇은 부분!

"하아!"

찌르고 빠진다. 지나가며 벤다─

개의 공격 방식은 어디까지나 물어뜯기 뿐. 고양잇과의 맹수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반 동물의 상식의 궤를 벗어난 생물인 모노비스트들은 하나같이 '이형'이라는 특수한 기관이 존재하며, 그로 인해
불을 뱉는다거나, 몸에 드릴이 달렸다거나, 몸이 강철로 이루어져 있다는 둥, 별별 기괴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편이다.
이 검은개만 하더라도 촉수를 몸에 지니고 있고.

때로는 앞을, 때로는 뒤를, 때로는 옆을, 때로는 위를─

허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게 아닌, 그저 휘두르고 찌를 뿐인 저 촉수는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야 무용.
몸 안에 넣었다가 찌르며 발출하는 공격이라면 몰라도 빼 들고 있는 이상, 무의미하다. 
그렇기에 가까이 붙는다. 더욱 멀어지지 않는다. 촉수를 몸 안에 회수하도록 지켜보지 않는다.

빠르게. 보다 더, 더욱더. 빠르게─

점차 늘어나는 검은개의 상처.

"하아, 하악.....!"

그에 비례하여 지쳐가는 나.
생각보다 검은개의 방어가 튼튼하다. 얼굴에 무수한 선을 그어뒀지만, 그뿐. 치명적인 상처는 없다.
제길, 제기랄! 
눈앞이 깜깜해지는 심정이지만, 어쩔 수 있나. 안 되면, 될 때까지.
이를 악물고 재차 발을 내딛는다.

"으앗?!"

잠시간의 느슨해진 틈.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검은개의 흉측한 송곳니.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피했지만, 한 줄기의 촉수가 쏘아져 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캭.........?!!" 

떠오르는 몸. 부딪히고 긁히는 통증보다 순간적으로 명치에서 올라오는 고통이 뇌리를 지배한다.
숨이 턱 막히며 손발이 굳는 것을 느낀다. 신물이 목까지 올라오는 것을 삼킨다.

움직, 움직여야.......!

이대로 있으면 끝이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놈은, 어떻게 하고 있지?
고통을 참으며, 땅을 기며, 부자유스러운 몸을 일으키면,

[kaaaaaaaa!!!]
"이...런.....!"

시선을, 커다란 아가리를 저편 한구석에 세라가 기절한 곳으로 향하는 검은개의 모습.

"이, 망할, 자식이!"

죽는다. 이대로 두면 세라는 분명 검은개의 한 입 식사 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찰나의 시간, 한 생명이 사라질 수 있는 이 상황에 머리가 세차게 돌아간다.
어떻게든 따라 잡을 수 있는 거리지만, 아직 공격의 충격이 체 가시지 않은 몸 상태로는 제압할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있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건 두 가지의 방안.
죽거나, 죽을 정도의 부상을 각오하고 검은개와 세라 사이에 끼어들어 몸으로 막던가.
아니면........ 세라가 먹히는 틈을 타, 검은개를 확실하게 죽이거나.

'무슨 생각을!'

하지만 확실히 헌터로서 가장 좋고, 확실하며, 효율 높은 방법은 후자.
첫 번째 방법으로 세라의 생명을 잠시간 늘려 준다고 해도, 결국 둘 다 죽는다.
그럴 바에야 한 사람이라도 사는 것이, 더 나아가 저 모노비스트가 일으킬 일을 생각하면
수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두 번째 방법이 제일 좋지 않겠는가.
 
불가피한 희생.
희생 없인, 얻는 건 없다.
나는...........

"크아아아악!!!!!!!!"

반신을 꿰뚫고 있는 이빨이 몸을 불태워 버릴 것만 같은 통증을 선사한다.
명치를 맞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통이 정신을 유린한다.
더럽게 아파. 진짜로.
아직은 살아 있나?
그렇다면 바보 같은 행동을 한 나에게 욕을 하자.
그리고,

[K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저 거지 발싸개 같은 개자식에게는 칼침을!

물린 건 오른 반신. 단검은 왼팔.
가까이에 있고,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가장 완벽한 타이밍.
있는 힘껏, 바짝 붙은 검은개의 눈에 단검을 박아준다.
아주 아주 깊숙이.

괴성을 지르며 떨어져 나가는 검은개에 기댈 곳을 잃은 내 몸은 무너진다.

"썩....을, 죽이진.....못..했나....."

세어나가는 피. 점차 가까워지는 듯한 죽음의 기척.
고통에 미쳐 발광하는 검은개의 뒤로, 어둠을 밝히는 푸른 불꽃을 보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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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제 글실력은 형편 없군요.

우울해진다!


+제 실력의 부족함과 바쁜 현실에 의하여 격주연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