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를 접으려 합니다.

by 크로우™ posted Nov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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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실 이야기지만, 근 2일간, 많은 분들께 TRPG에 대한 질문을 했었습니다.
 
답변들을 듣고, 특히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많이 생각해봤는데, TRPG에 대해서 제 관점이 근본부터 완전히 잘못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왜 항상 TRPG에 대한 관점 차이가 발생했는지 알고 나니까... 이런 허술한 저 한 명만의 기둥을 어째서 여태까지 붙잡고 있었던가 해서 허탈한 한숨이 약간 나올 정도에요.
 
결국 제가 좋아했던 건 참가자간의 상호작용이 아닌, 이야기와 사람 자체였던 거죠.
 
그저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좋았고,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런 걸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저는 제가 TRPG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었고, 그 결과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여러 번 사고를 일으켰고, 여러 사람을 괴롭게 했습니다.
제가 돌렸던 팀마다 최소 한 명씩은 직후에 이탈했던 것도 그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요.
 
 
세션에서 사용하지도 않을 뒷설정을 쓸데없이 많이 짠다... 네, TRPG 시나리오나 캐릭터로서는 그건 실격이죠. 이 지적이 왜 발생하는지도 이제서야 깨달아서, 그간 지적해주셨던 분들께 너무 죄송합니다.
애초에 제가 TRPG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착각입니다. 이건 각자의 취향 문제라고 존중을 요구할 부분이 아니었네요.
그 이외에도, 혼자서 주사위 굴려서 룰 테스트나, 혼자서 여러 캐릭터 돌리기... 이 부분에 대해서 저 혼자서만 다른 의견을 내고, 아니, 전혀 생각지도 못하셨을 생각을 한 것도 전부 이런 관점의 차이 때문이었겠죠.
 
TRPG를 하는 사람, RPGer로서 갖춰야 할 자세의 부족함을, 반쪽짜리 소설가로서의 능력과 룰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능력으로 대체하고 있었으니, 언젠가 한계가 발생하는 게 당연했던 겁니다.
 
 
그렇다고 이쪽 계열을 떠나거나, 헌터 홀을 떠나는 일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 세션이 아닌 이야기 자체와 그걸 만들고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전 제 나름대로 관전만 하거나 하면서 세계관을 짜거나 캐릭터 설정 (시트가 아닌) 을 짜거나 하면서 지내도 되고, 서플리먼트 자작도 저에게는 꽤 즐거운 일이니까요. 그 밸런스는 가능한 한 맞추고 싶지만요. 무엇보다, 이 근본적인 차이를 깨닫기 전에도 오래 전부터 TRPG보다는 사람만 보고 남아있던 저였습니다.
 
아, 그래도 비기닝 아이돌 나오면 계속 살 겁니다. 설정이 보고 싶고, 룰이 보고 싶으니까요.
 
Q ) 뭐야 세션 참가도 안 할 거면서 낭비 아냐?
A ) 저 마기카로기아 1~3권도 설정 보려고 산 사람인데요.
 
 
같은 꿈을 보는 동안,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꿈이라면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누군가에게는 꿈인 법.
이 즐거움이 저에게는 한여름밤의 꿈이었다면 이제 일어나야죠.
 
그리고, 그럼에도 이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할 겁니다.
단지 그게 마스터링이 아니고, 플레이어로서의 참가가 아닐 뿐입니다.
 
 
@Kaming @인디고 @스피릿 @스트K
다만, 이건 제 인식이 애초에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은 RPGer'로서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도 그런 제 팀의 플레이어를 계속하시겠다면, 저 역시 지금까지 제가 하던 방식대로의 캠페인밖에 하지 못하더라도 마지막이 될 팀을 제 쪽에서 먼저 깨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저도 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휴지기간이 너무 길어서 기억을 위해서라도 기존 로그를 찾아보기도 해야 하지만, 저도 이런 차이를 배려할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플레이하려면 이것저것 생각해둬야 하니까요. 16일부터 바로 돌리는 건 아마 무리이지 싶습니다.
 
네 분이서 이야기해보시고, 계속하시기로 결정하신다면 월요일 몇 시인지 알려주세요.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팀원의 보충은 어려워요. 세 명이면 저로서도 경험이 적은 3인플인 채로라도 그냥 팀을 돌릴 거고... 그 미만이면 플레이 재개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겁니다.
 
FPM이 아닌 다른 팀에 대한 인디고님과의 약속은, 전 여전히 지킬 생각 있습니다만, 가능하다면 스토리라이터, 그것도 초안에만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 이상은 다른 분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거란 느낌이 듭니다.
 
 
@dirover @아크마크
토요일 플레이가 즐겁지 않았다거나, 마음에 걸려서 이런 결정을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정말로, 제가 플레이어로 참가했던 어느 플레이보다도요. 제가 마스터링했던 어떤 세션보다도요.
하지만, 이런 결론에 도달한 뒤인 지금은 그 날 그렇게 즐거웠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게 다가옵니다. 애초부터 저 혼자 다른 취미를 즐기고 있었으면서 그게 TRPG라고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아니, 자기 자신에게 속고 있었다는 증거였으니까요.
그렇다곤 해도 토요일에는 정말로 즐거웠어요. 요즘 비기닝 아이돌 때문에 아이돌 관련 애니메이션 찾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신데렐라 이야기로 비유해봅니다만, 12시의 첫 번째 종이 치는 순간에 왕자의 키스를 받다니요. 이건 정말 운이 억세게 좋은 신데렐라 아닐까요?
역시 제 생각대로 두 분은 RPGer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정말 멋지시고 유능하신 분이에요. 누메네라라는 룰은커녕 TRPG에 대한 개념 자체를 완전히 잘못 알고 있던 제가 포함된 세션을 몇 시간이나 이끌어내신 거니까요. 이건 분명 평생 자랑스러워하셔도 될 만한 일일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RPGer가 아닌 저에게도, 여전히 두 분은 눈부셔요.
 
아, 그리고 dirover님께는 사과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제 경력, 실제로는 4년이었어요. 2년이라고 말했던 건 거짓말하려던 건 아니고, 1년은 날짜 계산 실수에요. 나머지 1년은, 전 최초의 1년을 애초에 경력으로 생각하질 않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뒤의 3년 동안도 저는 저 근본적인 차이를 벗어날 수 없었네요.
TRPG가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거고, 즐겁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 이상 앞으로도 이런저런 단편들의 관전은 가끔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관전이라는 건 아마 로깅 켜놓고 다른 작업 하다가 쭉 훑어보는 형태일 거고, 그렇기에 dirover님의 세션은 전 이제 관전조차 하기 힘들 거라는 게 아쉽네요.
 
 
@의사양반 @티모대위
사실은, 두 분과 각각 이야기하기에는 이야기의 주요 논점이 달라질 것 같아서, 셋이서 만나서 한 번 이야기한 뒤에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일정이 맞질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이 뒤의 일이나 다른 곳의 일도 신경쓸 게 많아서 일정을 맞춰봤는데, 목요일에 두 분을 만나서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 다른 분들... 특히 FPM 팀원분들, 그렇게 그룹마다 동의를 구한 뒤에 글을 작성하려면 제가 해야 할 다른 일들의 일정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오늘부로 현재 관리중인 카페 두 곳이 동시에 큰 전환점을 겪고 있는 상태가 되는 바람에 (얼마 전에 한 곳, 오늘 한 곳 추가) 그 정도까지 글 작성을 지체하기가 어려워졌기도 하고요. 이미 마음의 결론은 내린 상태였으니 양해만 구하려고 했지만, 어떤 이유라고 하더라도 글 작성 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은 사과드립니다.
 
그렇다고 제가 떠나는 것도, 약속한 일들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에요. 오히려 세션에 참가할 욕심을 이제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제가 잘 하는 분야에서 모두를 좀 더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널에도 계속 접속할 거고요.
하지만 이번 주 한 주 정도는, 제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보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먼저 신경쓸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일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해두고 싶은 마음이에요. 분명 서플리먼트... 앞으로도 계속 만들 거니까요. 테스트를 위해서라면, 이젠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마스터까지 구인해야겠지만요...
 
 
@PaperMint
한 가지 상의할 게 있습니다만, 목요일에 시간이 괜찮으십니까? 이번은 주말은 14일, 15일 모두 제가 일정이 있습니다. 시간대가 14일 늦은 밤 (23:00~) 이라면 어떻게든 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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