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쯤 된 추억의 회고.

by 인디고 posted Sep 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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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의 사탄놈이 옛날 이야기 꺼내니까 저도 꺼내고 싶어지네요.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아마 2012년 3월쯤이었을겁니다. 풋풋한 고등학교 새내기일때쯤이네요. 당시 전 중3때부터 참가한 루데나라는 자작룰팀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판타지느낌의 룰도 좋지만 다른 룰도 한번 플레이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trpgdnd에서 구인글을 찾다가 헌터홀 구인글을 봤어요. 2기가 끝나고 3기가 시작하는 그쯤이었습니다. 당시 구인자는 까떼라페라는 니모나님이셨던걸로 기억하네요.

 

나름 활발했던 루데나채널 (상주인원 10-20명)을 생각하고 헌터홀 채널에 발을 딛었던 날, 저는 솔직히 이게뭔가 하는생각과 함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채널인원은 제 기억상 니모나 / 키츠오 / 데몬놈 (당시에는 Shaytan이란 닉을 써서 사탄이라 부름) / 노도치 / 아마릴리스 이정도였던데다가 한번에 이중 3명이상이 들어오는 일도 없어서 채널인원은 항상 3-4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적으면 2명이나 1명인 경우도 있었지요. 당시가 1-2기때 활발히 활동하시던 티모대위, 힐름엔비어, 솜다리님 등이 다 군대를 가셔서 굉장히 침체되어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마스터도 니모나님 한명밖에 없어서 돌아가는 팀이라고는 Your Dead? (당시에는 헌홀 3-1이라고 부름)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일주일에 한번만 돌아가는 수준이었고, 사람이 없을때는 플레이가 나가리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3-1 초반부에 노도치와 니모나님의 갈등이 발발해서 (전투 난이도 문제) 노도치는 한동안 헌터홀 채널에 들어오지 않게됩니다. 이런 악재들이 겹쳐 결국 3-1은 참여 인원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엔딩을 맞지도 못하고 끝나고맙니다. 하나 있는 팀이 인원부족으로 터진거죠. 이때만해도 저는 헌터홀이 망할거라 의심치 않았습니다.

 

거포와 수인과 유물의 이야기 (3-2기)때는 조금 나아진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도 니모나님이 마스터링을 했으며 dnd카페를 통해 사람들을 모집했습니다. 신입분들이 좀 들어왔고 지박령이라 불리시던 CN-님도 채널에 상주하시게 된걸로 기억하지만, 결국 플레이를 한건 사탄놈과 키츠오님 그리고 저뿐이었습니다. 간간히 아말이 오는정도? 그나마 이건 잘 엔딩을 맺었네요.  그리고 그 상황에 쐐기를 박는 문제가 하나 터지게됩니다. 니모나님이 현실문제를 이유로 마스터링을 못하겠다고 선언하심과 동시에 그나마 참가율이 좋았던 사탄놈도 다른 팀의 플레이가 잦아지면서 헌터홀 플레이에 자주 참가하지 못하게 된거죠.

 

하나 있던 마스터도 사라지고, 플레이 인원도 거의 줄어들어서 산소 호흡기를 달아놓고 겨우겨우 명색을 유지하고 있었던 헌터홀이 호흡기를 뗄 위기까지 처합니다. 지금생각하면 이때 아무도 마스터링을 보지 않거나, 아니면 이 헌터홀을 번성시켜줄 인재가들어오지 않았다면 헌터홀은 2013년쯤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지 모르네요. 하지만 신은 헌터홀이 아직 망할때가 아니라고 말했었나봅니다. 첫번째로, 제가 이유모를 사명감을 느끼고(...) 헌홀룰북을 질러서 마스터링에 뛰어든겁니다. 유일한 마스터가 사라졌으니 제가 마스터링을 하기로 결정. 두번째로 제가 3-3을 열려는 시점에서 아마릴리스가 4-1팀을 따로 열어서 팀을 하나 더 돌리려 한것, 그리고 UCC크로우 (당시 닉네임 노벨리스트크로우)님이 들어와서 바빠진 아마릴리스를 대신해 4-1을 계속 이어준것. 세번째로 그쯤해서 3-3을 통해 의사양반이라는 훌륭한 플레이어가 헌터홀에 영입되어서 이후에 헌홀 내 여러 팀의 마스터링을 맡아주었다는것 정도겠네요. 이 세가지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헌터홀은 살아남았어도 10명정도 노니는 소규모 커뮤니티쯤으로 남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3-3은 저에게 있어서 정말 뜻이깊은 팀이었습니다. 첫 마스터링이었으니까요.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때문에 스토리를 짤 여력도 충분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정만은 가득해서 오전 3시까지 마스터링을 하고 오전 4시에 잠들어서 오전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는 그런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덕분에 학교 성적은 바닥을 쳤지만... 그때 플레이어들중 남아있는건 의사양반정도지만 그때의 추억들은 아직 잊혀지지 않네요. 지금이라도 모든 팀원들에게 못난 마스터 따라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싶습니다.

 

이후 3-3을 무사히 끝내고 4-1도 무사히 끝나는 시점에, 그때를 기점으로 유입된 플레이어들이 N&K, 감정반 광기반 부적많이 같은 신작룰 블러드 크루세이드팀을 열면서 많은사람들을 끌어옵니다. 당시 저는 3-4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때쯤해서 영입된게 윤모군이라는 훌륭한 플레이어2입니다. 시기적으로 감정반 광기반 부적많이 / 3-4 쯤이네요.

 

이후 무사히 솜다리님이 전역하고 새로나왔던 룰 마기카로기아를 플레이하기로 해 솜다리님이 마법사에게 소중한것이라는 팀을 열고, 노도치는 블러드 크루세이드를 쓰는 마마마팀을 제작, 니모나님은 헌터즈 문을 쓰는 휴프노스의 사무실이라는 팀을 만들게됩니다. 그쯤해서 의사양반은 THE SHIFT라는 시노비가미팀을 만들면서 헌홀내 시노비가미 전문가가 되는길을 걷습니다. 의사양반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 플레이어여서 제가 후학이라고 언급하는게 좀 꺼려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제 팀으로 입문한 플레이어가 마스터링을 맡게 되는것을 본다는것, 정말 저로써는 행복함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이쯤하여 저는 한가지 도전을 하게됩니다. 모기국룰만 돌아가던 헌터홀에 알샤드 세이비어라는 비 모기국룰을 돌리려는 것이었지요. 돌리고 싶다는 마음에 혼자서 완역을 했고, 결국 플레이를 돌려도 좋다는 인정을 받아 크로니클스라는 팀을 만들게됩니다. (결론은 폭망. 도중 종료라는 부끄러운 결과였지만.)

 

그후 훼색의 마법사님이 엘리시온팀 E.R.O (통칭 에로...) 미궁킹덤팀 어서와 미궁은 처음이지? 등을 만들면서 헌홀내에서 돌아가는 룰들의 폭을 넓혔고,  의사양반은 시노비가미로 장편플을 이어간다는 헌홀내에 있어서는 실험적인 발상을 통해 시노비가미의 새 가능성을 보게됩니다. 

 

그리고 여러 일이 있은뒤에 2014년이 오게됩니다. 제가 고3이 된것입니다. 고3이어서 야자를 11시까지 해야했기때문에 반강제적으로 ORPG생활이 막히게됩니다. 그래서 제가 추억으로 회상할수 있는게 별로 많지가 않네요. 그쯤해서 블러드문이라는 룰이 생겼고, 카밍이 블러드문 팀을 만들어서 성공적으로 완결을했다. 정도네요. 아, 그쯤해서 저는 또 따로 카미가카리 팀을 만들어서 헌홀 내에서 새로운 룰의 플레이를 시도합니다. 이건 그나마 잘 끝마쳤네요.

 

그리고 지금 헌터홀은 2015년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일본룰 외의 룰을 들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마스터들과 플레이어들이 많아져있고, 지금과는 다른 국면의 플레이가 생겨나면서 플레이어들의 니즈를 만족시킬수 있는 팀이 되려는 모습을 보여주게됩니다.

 

지금까지 헌터홀에는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굳이 뭐가 가장 추억이냐고 물을것도 없이, 하나하나 플레이했던게 추억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헌터홀에 대한 애정에 비해 제 애정이 절대로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번에 제가 IRC에서 물어보니까, 현재 헌터홀의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신 분들이 많고, 또 헌터홀의 쇠락을 염려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보면 알듯이, 헌터홀은 망해가는 그 바로 직전에도 끝끝내 명맥을 이어가 결국 여기까지 오게되었습니다. 그것은 ORPG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헌터홀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를 해준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이 있었기때문입니다. 망하기 않기 위해서는 헌터홀 내의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우리가 조금더 애정을 가지고 즐겁게 플레이하는것. 그것 하나만으로 헌터홀은 쉽게 쇠락하지 않을것입니다.

 

모두에게 헌터홀에 대해 애정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과 애정은 얼마나 많은 추억을 쌓았느냐, 얼마나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정이 매여있는가 등으로 이어집니다. 모두 밝게밝게 웃으며 싸우지 않고 플레이를 할수있다면 자연히 헌터홀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겠지요. 그것하나만으로도 헌터홀은 괜찮을 것입니다. 모두 즐겁게 플레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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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고칠 줄 알며,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불가능한 꿈 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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